2009년 12월 15일
12월의 소년들
2차 대전이 한창이던 때.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성당에선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여느 고아원처럼 가끔은 외부인이 찾아와, 깨끗이 씻고 머리를 빗은 아이들이 한 줄로 늘어선 복도에서 상냥한 미소로 한 아이를 골라 입양해 가곤 했다. 고아들은 누구나 자신이 입양되기를 꿈꾸었다. 주근깨투성이에 공상이 많은 소년 미스티도 그들 중 하나. 이 고아원엔 '디셈버 보이즈'란 별명으로 불리는 네 명의 소년이 있었는데, 모두 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이기 때문이었다. 미스티, 맵스, 스핏, 스팍스. 남반구에 여름이 찾아온 12월. 원장 수녀님은 이들을 불러 '바닷가 마을에 사는 어느 후원자가 고아들 몇 명을 초대해 두 달 동안의 휴가를 주고 싶어 한단다. 그래서 이 달에 생일을 맞은 너희들을 특별히 보내기로 했다.' 라고 말한다. 모처럼 고아원에서 나가 세상으로, 그것도 푸르른 바닷가 마을로 떠나게 된 아이들은 가볍게 흥분하고 마냥 즐겁기만 하다. 두 달이라는 시간. 아름다운 바닷가. 친절하고 따뜻한 성품의 나이 지긋한 후원자 부부.
아이들은 즐거웠고 행복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그 마을의 젊은 부부가 이들 중 한 아이를 입양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아이들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특히 미스티의 노력은 눈물겹다. 제일 먼저 일어나 씻고 단정하게 옷을 입고, 주방에 나가 아주머니를 도와서 접시를 나르고 컵마다 우유를 따라 놓는다. 스핏과 스팍스도 긴장하며 미스티를 따라해보려고 애쓴다. 행동은 더 점잖게, 예의 바르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나를 입양해 주세요 라는 무언의 신호를 끊임없이 보낸다. 하지만 그들보다 몇 살 더 나이 든 맵스는 그렇지 못하다. 이미 입양되기엔 자신이 너무 커버렸다는 걸 안다. 새삼 어른들에게 잘 보이려 행동하는 것도 용납이 안 된다. 그보다는 마을의 예쁜 소녀에게 첫사랑을 느끼고 혼란스러울 뿐.
어느덧 조촐한 선물을 받은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형제처럼 자라온 12월의 소년들은 약속된 두 달이 끝나가면서 점점 더 초조해진다. 누가 입양될 것인가. 아이들은 어른들 몰래 다투다가 몸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때 맵스는 깨닫는다. 그들은 한 배를 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자신은 그 배의 옆에 간신히 매달려 있었을 뿐이라고. 맵스는 젊은 부부에게 미스티를 입양해 달라고 부탁한다. 미스티의 바람이 너무나 간절했기에 부부는 결국 미스티를 택했고, 남은 아이들은 실망하지만 곧 기운을 되찾고 축하해준다. 잘 됐다, 미스티. 잘 지내. 또 만날 수 있겠지 뭐. 네가 고아원에 놀러와도 되잖아, 멀건 양고기 스프가 생각날 땐 말야. 그리고 맵스는 활짝 웃으며 미스티에게 소리친다. 그래도 넌 영원히 우리들의 디셈버 보이야! 남은 아이들은 바닷가로 몰려가 풍덩풍덩 마지막 행복감을 즐긴다. 그 광경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다 어린 미스티는 젊은 부부에게 말한다. 저를 선택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아저씨 아줌마는 분명 제게 훌륭한 부모님이 되어주셨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돌아가야겠어요. 제겐 이미 가족이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라고.
평범한 성장 영화일 뿐이지만, 동생같은 미스티의 입양을 축하하며 활짝 웃던 맵스의 그 말이 며칠째 내 맘에 빙빙 돈다. '축하해, 미스티! 그래도 넌 영원히 디셈버 보이야.'
나는 사람이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믿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벼락과 같은 변화들- 개과천선이랄지, 인생의 멘토를 만나 새 사람으로 거듭났다 표현하는 것... 그런 말 잘 안 믿는다. 사람은 물론 변할 수 있지만, 그건 부단한 자의식과 노력으로 끊임없이 애썼기 때문이다. 그것을 변화라고 표현한다면 그것도 맞겠지. 하지만 나는 그냥, 수요일의 아이는 언제까지나 수요일의 아이, 12월의 소년은 영원히 12월의 소년이리라 생각한다. 다시 태어난다면, 수요일의 아이와 12월의 소년은 다른 날, 다른 달에 태어나기를 꿈꿀 것이다. 이 영화에 흐르던 이 노래처럼, We'll never be December boys again. Never, never, be December boys again.... 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삶에선 '그래도 넌 영원히 12월의 소년이야'라는 맵스의 말이 맞다. 그것은 12월 밖으로 내보내 주면서도 영원히 12월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알기 때문이다. 미스티는 입양 대신 소년들과 남는 것을 택했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로 12월의 소년이 되지 않겠지. 그러나 지금은, 우리는, 12월의 소년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미 그것이 무엇인지 아니까, 버릴 수 없으니까. 그래서 이 영화는 뭉클하고 사랑스러웠어요.

I'm thinking about you,
and I remember everything, all of us
I look at the ocean,
but still I can't see anything,
but all of us.
The time of open hearts,
the time before the rest of life begins
the learning who we are,
what I'd give to be December boys again.
But nothing was easy,
but I would do it all again, and never change a thing,
It's all about choices,
but I couldn't watch you walk away,
without following.
The lifes of broken dreams,
the lifes dividing strangers from your friends,
we live in you and me,
I wanna give to be December boys again.
In between a man and child all bliss hearts is running wild,
everything on earth was worth a child,
it took me by surprise I felt so good to be alive.
Sooner or later
I'll find the end to everything,
but life goes on,
Twisting and turning forcing us through everyday,
until it's gone.
And last I think I know
The passes where we keep we might have been
But, it's best to let it go
Coz' we'll never be
December boys again,
We'll never be December boys again,
Never be December boys again,
Never never be December boys again.
The December Boys by Peter Cincotti
# by | 2009/12/15 10:51 | 트랙백 | 덧글(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