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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길 - 원주행 3시 10분 무궁화열차


예전엔 무궁화호, 통일호 열차 타고 경부선을 뻔질나게 오갔는데
이젠 수도권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명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삼남매가 서울에 자리 잡으면서 부모님도 몇 해 전 고향을 떠나 올라오셨거든요.

경부선 풍경 가운데 가장 사랑스러운 곳은 물금 - 청도 구간이랍니다.
물금 근처 철도변에 깎아지른 벼랑이 하나 있는데, 누가 그랬는지
벼랑 한가운데 바위벽을 아치형의 커다란 창문처럼 다섯 군데나 깎아놓았어요.
사람 하나가 들어가서 드러누우면 맞춤할 만한 공간이지요.

삼랑진을 지나면 낮은 언덕들을 끼고 돌다가 주황색 슬레이트 지붕집과 만나는데요.
철로 바로 옆이라, 쪽마루 위 방안이 훤히 들여다보이죠.
세간살이랑 벽에 걸어놓은 말린 시래기 따위도요.
20년 가까이 그 집 안방을 구경하며 경부선을 다녔답니다.

기와집이 줄줄이 이어지고 붉은 감나무가 자꾸 보이면 청도가 가까워진 거지요.
오래전엔 통일호만 청도에서 멈춰 섰는데, 언제부턴가 무궁화호도 정차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통일호는 사라지고 무궁화호가 완행열차가 되었네요.

북적북적 열차가 붐빌 때는, 책 한 권 끼고 입석으로 올라
맨 끝자리 좌석번호 70 - 71 뒷쪽 맨바닥에 아무렇게나 쭈그리고 앉아
몇 시간을 흔들리며 오갔던 추억이 가끔은 그립습니다.

설날 연휴 잘 보내십시오. 고향 가시는 분들 건강히 다녀오시구요.

귀향길 - 원주행 3시 10분 무궁화열차 by 이승호


2006/01/27 11:33

by edou | 2011/09/28 08:46 | 불문곡직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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